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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은 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지 못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방학 중에는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일을 충분히, 마음껏 해도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러니 제발 학생들이여, 방학을 온전히 누리자! - 작가의 말 중에서

‘방학의 맛’을 잃어버린 십대들에게 전하는 김혜정의 색다른 방학 이야기!
『하이킹 걸즈』, 『판타스틱 걸』, 『다이어트 학교』로 십대들의 세상을 생생하고 경쾌하게 담아냈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소년 소설 작가 김혜정의 첫 소설집이 와이스쿨 청소년 문학 두 번째 권으로 나왔다. 김혜정 작가는 이번 신작 『괜찮아, 방학이야!』에서 중학생들의 마지막 여름 방학에 주목했다. 기다리던 방학이 와도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그래서 ‘방학의 맛’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십대들에게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제빵 학원을 다니며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고 취향이 비슷한 이성과의 만남도 누리는 지율, 동갑내기 해외 친척에게 머리가 쥐 나도록 한국어를 가르치는 주연, 여름 독서 캠프에 도서부 부장으로 참가한 슬아, 할머니들 틈에서 아쿠아로빅을 배우는 세진, 기말고사에서 5등 안에 들어 부모의 허락을 받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채 언니를 만나러 상경한 예나. 이처럼 주인공들이 방학 때에 누릴 수 있는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통해, 청소년 독자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값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탐색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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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제빵 학원에 다니고 싶다며 엄마를 졸랐다. 하지만 엄마는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무슨 그런 학원에 다니느냐며, 제빵 학원은 나중에 커서 다녀도 된다고 했다. 뭐만 하고 싶다고 하면 엄마는 매번 ‘나중’, ‘나중’이다. 공부는 ‘지금’이고 공부와 관련되지 않는 건 모조리 ‘나중’이다. 하지만 나중이란 건 진짜 나중일 뿐이라서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P_12

어떻게 하면 저리 날씬할 수 있을까? 길쭉하게 뻗은 날씬한 팔다리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고개를 숙여 내 몸을 훑어봤다. 물속에 있지만 물이 투명하여 다 보였다. 어쩜 똑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나는 손으로 배를 세게 주물렀다. 제발 좀 사라져라! 이번 여름 방학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5kg을 빼고 말 거다. P_115

난 티도 안 나는 염색은 하고 싶지 않아. 염색을 한 아이들은 선생님들한테는 티가 나지 않기를 원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 눈에는 티가 나기를 원해. 웃기지? 하지만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없잖아. 난 그렇게 어중간한 염색을 할 바에는 방학 때 연예인들처럼 진하게 염색할 계획을 세웠어. 방학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염색을 해도 괜찮으니까. 엄마랑 아빠가 염색하고 싶으면 반에서 5등 안에 들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기를 쓰고 기말고사를 준비했는데. P_149

어른들은 말한다. 염색과 화장은 어른이 되면 실컷 할 수 있다며, 그러니 학생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하는 것과 지금 하는 것이 과연 같을까? 그건 마치 맛있는 초코케이크를 두고 나중에 먹을 수 있으니 지금은 먹지 말라고 타이르는 것과 같다. 초코케이크는 지금 먹어야 더 맛있을 수 있다. 나중에는 입맛이 변해 초코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P_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