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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신나게, 여행은 알차게 중세의 도시 톨레도에서 역사의 현장 아비뇽까지!
축구를 향한 열정으로 시작한 여행이지만 효빈이와 현도의 여행기에는 축구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베를린 장벽에서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화려한 이슬람의 영광이 남아 있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는 제법 감상에 젖기도 한다. 또한 아비뇽, 톨레도, 하이델베르크 등 평범한 어른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곳들이 두 남매의 여행기에서 속속 등장한다. 장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효빈이와 현도가 고른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대도시라기보다는 주로 역사의 무대가 되는 장소들이다. 철없이 해외여행에 들뜨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평소 배운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많은 것을 눈에 담아가려고 노력한 효빈이와 현도의 여행이 더욱 기특하고 대견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기,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슴에 품다
사람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 자체가 주는 새로운 경험도 있지만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크게 성장한다. 효빈이와 현도는 어땠을까?열일곱, 열넷 두 남매가 떠난 여행의 시작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보호자가 없어 공항에 억류되기도 하고 예약한 숙소가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예측불가의 상황이 마구 펼쳐졌지만 효빈이와 현도는 계획했던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막바지에서 효빈이는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진귀한 보물들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은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행복하고 짜릿한 경험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10대 시기, 스스로 이루어 낸 이 여행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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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2012년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뭔가 인상적인 일이 일어나길 기대했지만 비바람 속에 모두 묻혀버린 느낌이었다. 막연하게 슬픔 같은 것이 밀려 들었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함께 보내기로 하고 다시금 다짐을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큰 도전을 해보리라. (P_74)

세계사에서 볼 때 알람브라 궁전으로 대표되는 그라나다 즉 안달루시아 지역의 역사는 스페인 역사의 혼돈기를 대표한다. 서기 700년부터 베르베르족과 아랍계로 구성된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었다.이 무슬림 왕국은 유럽 본토로부터 점차 밀려드는 기독교 세력에 저항하다가 1492년 마지막 이슬람 국가였던 그라나다 왕국이 함락되며 그 역사를 마감한다. 알람브라 궁전이 완공된 것이 1358년이므로 이 궁전 곳곳에서 이슬람 역사와 예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P_123)

스페인 축구는 골키퍼도 짧은 패스를 한다. 우리는 골킥을 할 때 골키퍼는 선수들 깊게 들어가라고 몇 번 손짓을 한 다음, 받으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의 롱 킥을 구사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선수가 받으면 거기서부터 두세 번의 패스를 통해 슛까지 날리고 다시 우르르 돌아오는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완전 미식축구 스타일의 축구를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은 미드필더에서 공을 돌리다가 순식간에 옆 라인으로 뒤에서부터 치고 들어가는 수비 선수(우리가 흔히 오버래핑이라고 부르는데 영국에서는 forward run이라고 한다)에게 공을 연결하고 그 선수가 센터링으로 중앙으로 파고드는 선수의 머리나 발을 노리는 형태의 축구를 한다. (P_137)

기차에는 휴대폰을 충전할 만한 콘센트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낭패였다. 유일하게 화장실에만 콘센트가 있어 할 수 없이 화장실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충전을 해야 했다. 비록 잠은 잘 못 잤지만 그 덕분에 독일의 새벽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눈 쌓인 풍경. 추워 보였지만 어스름한 새벽어둠 속에서 은은한 달빛에 빛나는 하얀 눈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 시간 넘도록 화장실 복도에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나는 정말 행복했다. (P_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