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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힘든 벌칙을 앞둔 저마다의 속사정!
게이치, 미스즈, 다이몬, 마치히라. 각기 다른 네 사람, 네 개의 이야기!〈와이스쿨 청소년 문학〉 시리즈 세 번째 권인 《시속 47m로 질주하다》는 각자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서 분투하는 중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소속감이라는 키워드로, 각기 다른 이유로 마음을 다치고 고민하는 게이치, 미스즈, 다이몬, 마치히라 네 명의 삶 장면 장면을 깜짝 놀랄 만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들은 동아리, 가족, 학급 등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에서 구성원들과 부딪히고 때로 실수하며 서툴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으러 애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자신만의 넘기 힘든 벽과 약점들로 힘든 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는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마치 깔때기처럼, 반에서 존재감 없는 한 학생의 물구나무서기 벌칙이라는 사건으로 모여든다.

무모한 벌칙 경기의 주모자는 누구인가?
게이치는 공부 잘하고 주도면밀한 성격의 리더지만 부모님과 집안의 기대에 갇혀 열정에 따르거나 행동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게이치는 자신에 대해 ‘그 무엇도 전심전력으로 한 적이 없는 사람. 어중간하다’라고 하는 방송부 후배들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다. 이 말은 예리한 칼날처럼 게이치를 괴롭히고, 게이치는 방송부에서 도망치려고 응원단장을 맡으려 하지만 그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미스즈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엄마와 살며 여전히 아빠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새아빠 후보를 소개받고는 마음에도 없는 못된 소리를 내뱉는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참여한 응원단장을 뽑는 가위바위보 게임은 점점 미스즈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간다.

한편 초등학교 때부터 덩치가 커서 또래 아이들에게 두려움이 대상이 되어 온 다이몬은 중학교 때도 언제고 다시 반에서 은근히 따돌림당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체육대회를 앞두고 장난처럼 제안한 꼴찌팀 응원단장 벌칙 경기에 마치히라가 진지하게 응하자 당황한 쪽은 오히려 다이몬이다. 오로지 학급에서 존재감 없는 걸 목표로 조용히 생활하던 마치히라는 짝사랑하는 미스즈를 대신해 반의 응원단장을 떠맡았다. 그리고 꼴찌팀 응원단장 벌칙으로 물구나무서기로 200미터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이 세계에서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청소년들에게 또래 집단, 학교, 가족으로부터 느끼는 소속감은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집단에서 약점이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경험에 쉽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생애 처음으로 겪는 친구나 부모와의 갈등에 큰 충격이나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게이치, 미스즈, 다이몬, 마치히라도 그렇다. 마음속 한구석에는 항상 자신의 약한 면을 공격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두려움이 도미노처럼 넘어져 만들어 낸 작은 사건. 체격이 작고 존재감도 희미한 마치히라가 원치 않던 응원단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 일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하라는 꿋꿋하게 응원단장 역할을 소화해 냈고, 이어 다들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구나무서기 벌칙도 끝까지 해내려 애쓴다. 이 모습에 모두가 절로 한마음이 되어 응원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응원은 자신의 나약한 모습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모두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힘든 벌칙에 끝까지 매달리는 마치히라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이는 힘차게 던진 돌의 파동처럼 수면 위 모두에게로 퍼져 나간다.

일본 기성 작가의 노련한 청소년 소설
《시속 47m로 질주하다》의 작가 요시노 마리코는 일본의 아동 청소년 도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청소년소설 《비밀의 교정》으로 우쓰노미야 어린이상을 수상했고, 제62회 쇼각칸 어린이 출판문화상 후보, 제51회 노마 어린이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 《팀-두 사람》은 제54회 전국 청소년 독서대회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속 47m로 질주하다》도 일본 도서관협회 선정 도서이다.

청소년 문학은 기본적으로 모두 성장소설이기에, 고만고만한 작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공감이 가고 마음에 와 닿는가가 청소년 문학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가 된다. 《시속 47m로 질주하다》는 그러한 지점에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학교나 집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일어날 법한 사소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청소년들의 내면에 대한 날선 묘사가 책장을 덮을 수 없게 한다. 피할 수 없는 장소에서 스스로의 나약함과 싸우고 있다면 《시속 47m로 질주하다》가 또 다른 내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에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