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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사춘기는 어른이 되기 전에 누구나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이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어린이 당사자들이 느끼는 무게는 이 세상 짐을 다 짊어진 것처럼 무겁습니다. 몸의 변화에 따른 혼란, 알 수 없는 설렘과 두려움, 성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함, 관심 받고 싶은 욕구와 반항심 사이에서의 줄다리기…….
《그럼 안 되는 걸까?》는 이처럼 사춘기 어린이들의 변화무쌍한 감정과 호기심 가득한 성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동화집입니다.

열 명의 동화작가들로 이루어진 창작모임 ‘왕대나무’는 그동안 아동 문학에서 ‘성장’이란 주제로 포괄하기만 했던 사춘기와 성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써 보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탄생시킨 각각의 짤막한 동화 속에 어린이들이 “이거 딱 내 얘기, 우리 얘기야!”라고 공감하고 후련해할 에피소드와 성에 대한 고민들을 문학적으로, 한편으로는 유쾌하고 담백하게 담아냈습니다.

책 속에는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해서 불안해하는 아이와 포경 수술이 뭔지 궁금한 아이, 성폭력을 당할 뻔한 일로 괴로워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또 명화 속에 등장하는 나신 그림만 보면 가슴이 찌르르 아파 오는 아이, 남보다 빠른 발육 혹은 늦은 성장으로 고민하는 아이도 나옵니다. 이들은 지금 사춘기를 맞이한 현실 속 어린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과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깊이 공감하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맘속에 담아 둔 성에 대한 비밀스런 호기심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하루하루 겪는 좌충우돌 사건들이 괴롭기보다는 어떤 땐 재밌고 유쾌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낄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에게 온 변화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길 줄 아는 건강한 정서를 키우게 되지 않을까요. 그릇된 성 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이 책이 사춘기와 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제대로 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마련해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세부 내용

열 명의 동화작가들이 들려주는 열 편의 사춘기와 성 이야기

① 마녀 지우(이여니) : 소꿉친구 지우가 변했다. 4학년 올라와서는 나만 보면 토라지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오늘은 엘리베이터에서 지우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주려다가 괜히 ‘변태’ 소리까지 들었다. 도대체 지우는 뭘 먹고 마녀가 된 걸까?

②우리들의 놀이(최은영) : 평소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남아 있던 나와 지원이는 병원놀이를 했어요. 서로 소중한 곳을 보여 준 것뿐인데, 선생님들은 무척 당황했어요. 게다가 우리 기린반 선생님은 나와 지원이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했어요. 다들 왜 그러죠?

③샘(임서경) : 앵그르의 그림 〈샘〉의 벌거벗은 소녀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얼마 전부터는 가슴이 계속 아파서 신경도 쓰인다. 나보다 키가 작은 시연이는 브레지어를 한다던데, 나도 그 귀찮은 걸 해야 하나? 여자가 되는 건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④경사 난 것 맞아요(김정옥) :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대 사용법을 몰라서 허둥대다가 팬티를 몇 장이나 버렸다. 오늘따라 1학년 때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나 그리웠다. 나 때문에 일을 일찍 마치고 온 할머니는 “좋겄다, 경사 났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좋은 일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⑤무대의 중심에 서다(함영연) : 성교육 시간, 제일 먼저 역할극을 하게 된 주니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자꾸 망설인다. 어서 해 보라는 친구들의 권유에, 마침내 결심한 듯 이웃집 오빠로부터 성폭력 당할 뻔한 아이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⑥아홉 살 숙녀(양양해) : 나는 또래보다 덩치도 크고 가슴도 커요. 그래서인지 운동장 수업만 되면 가슴이 신경 쓰여서 잘 뛰지도 못해요. 달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오늘 아주 좋은 생각을 해냈어요. 바로 가슴에 붕대를 친친 감고 뛰는 거죠!

⑦나는 귀여운 꼬마가 아니야(최은순) : 키다리 병호가 나만 보면 꼬마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대들었지만 덩치 큰 병호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보건 교육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사춘기에 생기는 변화들에 대해 들었지만, 왠지 내겐 너무나 먼 이야기 같다.

⑧어른이 되고 싶어(정현정) : 짝 재민이가 고래를 잡았다더니 이상하게 걸었다. 넓은 바다에서 고래를 잡다가 다친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수술이었다. 재민이는 그 고래란 걸 잡고 나서 키가 부쩍 자란 것 같다. 나도 엄마한테 수술시켜 달라고 해야겠다.

⑨오해(박남희) : 전학생 순호는 나와 달리 늠름하고 씩씩했다. 난 《사자왕 형제의 모험》 주인공들 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왠지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반찬 배달을 가다가 넘어졌는데, 눈앞에 순호가 서 있었다.

⑩리틀맘, 진이 언니(박안나) :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진이 언니는 학생 신분에 임신을 해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내 친구 경은이는 진이 언니가 용감하다고 말한다. 어느날, 경은이와 나는 학원 갔다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울고 있는 진이 언니를 보게 되는데…….



작가의 말
우리는 지금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극적이고 비교육적인 정보가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와 문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성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짚어 주고 싶군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러분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할 시간을 줄 거예요. 그리고 자신 과 친구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땅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춘기를 지나 멋지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